◆ 제 1절 혼례(昏禮)와 혼인(婚姻)의 의의

1. 혼례(昏禮)

혼례는 가례(家禮) 중 사례(四禮)인 성년례·혼인례·상장례·제의례의 하나로서 남자와 여자가 혼인해 부부가 되는 의식절차를 정한 것이다. 혼인의 의식절차를 정한 예절이라면 '혼례(婚禮'라고 해야 할 텐데 '혼(昏)'자를 써서 '昏禮(혼례)'라고 하는 까닭은 혼인예식은 해가 저무는 시간에 올리는 뜻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혼인예식을 해가 저무는 시간에 올리는 이유는 혼인이란 남자와 여자가 만나 부부가 되는 예식인데 그것은 음(陰)과 양(陽)의 만남이므로 그 시간도 양인 낮과 음인 밤이 교차하는 시간인 해가 저무는 때가 합당하다는 취지이다. 그것을 예서(禮書)에서는 "양이 가고 음이 오는 까닭을 취한 것(取陽往陰來之義)"이라고 했다. 하루 중에 양과 음이 교차하는 시각은 아침과 자녁의 두 번이 있는데 저녁을 택한 이유는 고례(古禮)의 혼인예식 장소를 신랑과 신부가 첫날밤을 차리는 장소로 정했고, 혼인예식이 끝나면 곧바로 첫날밤을 차리는 합궁례(合宮禮)를 치뤄야 했기 때문이다.

2. 혼인(婚姻)의 의미

남자와 여자가 만나 부부가 되는 일을 혼인(婚姻)이라 하는 이유는 '婚(혼)'은 장가든다는 뜻이고 '姻(인)'은 시잡간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장가들고(婚) 시집간다(姻)'는 말이 된다.

장가든다는 뜻의 글자가 '婚(혼)'이 된 까닭은 저녁때 (昏)에 여인(女)을 만나는 것이 장가드는 것이고, 시집간다는 뜻의 글자가 '姻(인)인 까닭은 고례(古禮)에 여자의 집에서 신랑감을 구하는 데는 반드시 중신하는 부인인 매씨(媒氏)에 의해야 했으므로 여자(女)매씨로 인(因)해 남자를 만나는 것이 시집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혼인은 음과 양이 합하여 삼라만상이 창조되는 대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는 일이며, 대자연의 섭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짝을 찾는 순수한 인정(人情)에 합하는 일이기 때문에 고례(古禮)에는 "천지의 이치에 순응하고 인정의 마땅함에 합하는 것(順天地之理 合人情之宜)이 혼인이라"고 했다.

◆ 제 2절 혼인의 조건

1. 반드시 이성간(異性間)의 결합

세계적으로 동성(同性)간의 사랑이라는 퇴폐가 확산되고 있다. 혼인의 목적이 종족의 보존을 위한 남자와 여자의 결합이라면 당연히 혼인을 이성간의 결합이어야 한다.

2. 적령기(適齡期)에 달해야

고례(古禮)에 의하면 "남자는 16세부터 30세 사이에 장가들고,여자는 14세부터 20세사이에 시집간다"고 되어 있다.

그 이유는 "여자를 반드시 20세까지는 시집가야하는데 그 까닭은 음(陰)은 젊을수록 아름답기 때문이다 (女嫁必止於二十陰以少爲美)"라 했고, "남자는 반드시 30세까지는 장가들어야하는데 그 까닭은 양(陽)은 장정일수록 강하기 때문이다(男娶止於三十 陽以壯爲强)"라고 한 것으로 미루어 생식기능, 즉 자손을 두는데 가장 왕성한 때를 넘기지 않고 혼인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3. 동성동본(同姓同本)은 안된다.

현행 민법의 809조에 의하면 동성동본(同姓同本)의 혈족(血族)간에는 혼인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동성동본은 씨(種)가 같으므로 동종(同種)간의 혼인을 금한 것이다. 이것은 우리 나라의 혼인윤리로서 뿌리 깊은 사상이다. 뿐만 아니라 동성동본간의 혼인은 가정·일가(一家), 즉 씨족윤리의 붕괴와 문란을 초래한다

4. 우생학(優生學)적 문제

우생학적 견지에서 가까운 혈육간의 혼인을 기피한다. 우생학이란 인종개량학이라 할 수 있는 것으로 1883년에 영국의 '골든'이 발표한 학설인데 동양에서는 이미 2500년전에 "부부가 성이 같으면 그 자손이 번성하지 못한다(男女同姓 其生不蕃)"이라고 춘추(春秋)의 기록이 보인다.

◆ 제 3절 혼인의 정신과 절차의 변천

1. 혼인의 정신

우리가 흔히 조강지처를 말할 때 "육례를 갖추고 귀밑머리 함께 푼 사이"라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육례"란 혼인의 절차이지 정신이 아니다. 요사이 복고풍조가 일어나면서 전통혼례를 치르는 사람들이 더러 있으나 역시 절차에만 치중해 정신은 등한히 하는 경향이 있어 안타깝다. 전통혼례를 한다면서 나귀나 가마를 타고 없는 상투를 만들어 붙이는 등의 일은 연극이지 뜻깊은 혼인예식이랄 수 없는 것이다. 겉모양이나 절차는 시대의 조류나 생활여건의 변화에 따라 변할 수 있어도 혼인의 정신은 달라질 수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