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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1]화전(花塼) : 당 나라 한림원(翰林院)에 꽃무늬 있는 벽돌을 뜰에 깔았다.

『동문선(東文選)』제14권 원본 [칠언율시(七言律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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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에 계명(啓明)대학교 한문학과 이종문(李鍾文)교수님의 논문에 언급된 위 시에 대한 내용을 일부 인용한다. ... 보다시피 이 작품의 배경은 구름바다가 끝없이 펼쳐져 있는 우주대적 크기의 광활(廣闊)한 공간이다. 서정적 자아는 이 거대한 공간의 어느 한쪽 모퉁이에 위치하고 있는 조그만 누각(樓閣)에 의지하여 '망망(茫茫)'하고 '공복공(空復空)'한 구름바다를 응시하면서 길게 휘파람을 불고 있으며, 다분히 정적인 상황에서 난데없는 웅풍(雄風)을 불러일으키는 휘파람 소리가 빚어내는 동태(動態)는 비상한 긴장감을 형성하고 있다. 요컨대 이 대목은 서정적 자아의 우주대적 국량(局量)과 장대한 기세를 실로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으며, 이점은 3-4구에 포치(布置)된 자연의 모습에서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보다시피 '저무는 하늘로 사라지는 백조', '청산에 어리는 붉은 노을' 등 이 대목에 제시되어 있는 자연도 현미경적 관찰에 의하여 포착된 미시적인 세계가 아니라 망원경적 시선에 의하여 포착된 참으로 거대한 세계인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더욱더 주목되는 것은 이러한 거대 세계를 배경으로 하여 등장하고 있는 인간의 모습이다. 서정적 자아와 이 작품을 받게 될 상대방인 왕중선(王仲宣)이 바로 그들인데, 자신과 상대를 소개하는 서정적 자아의 목소리에는 어떤 당당함과 드높은 자부심이 어려 있다. 더구나 이 두 사람이 광활한 우주를 배경으로 등장하여 악수를 나누면서 웃음을 터뜨리고 있는 다분히 극적인 모습 속에는 지기(知己)를 만나는 데서 오는 환희와 희열이 어려있으며, 그 당연한 결과가 '백우산(百憂散)'이라는 표현으로 나타난다. 두 사람의 정서적 교감이 조성하는 크기를 천지(天地)보다 크게 설정하고 있는 맨 마지막 구절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되며, 정서적 크기를 거대한 천지와 비교하는 행위를 통해서도 우리는 작자의 국량과 기세(氣勢)를 다시 한번 더 절감하게 된다. 그러나 이 작품이 주목되는 더욱더 근본적인 이유는 작자의 국량(局量)과 기세(氣勢)가 작품의 내용에 드러나 있다는 단순 사실 때문이 아니라, 그 국량과 기세가 미학적(美學的) 형상성에 의하여 강렬하게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미적(美的) 요소 중의 하나가 작품의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하여 작자가 적재적소에 배치해놓은 소리와 소리들이 화해와 충돌을 되풀이하면서 빚어내는 음성(音聲) 상징(象徵)의 효과다. 보다시피 56자로 이루어져 있는 이 작품에서 받침이 있는 글자는 모두 36자인데, 그 가운데서 강한 탄력성을 가진 'ㅇ'이 14자, 상대적으로 강한 탄력성을 가진 글자인 'ㄴ'이 13자에 이르고 있으며, 그 사이에 촉급하고 격렬한 느낌을 조성하는 'ㄱ'이 군데군데 배치되어 있다. 그러므로 이 작품은 부드럽고 탄력성이 있는 소리와 난폭하고 격렬한 소리들이 이어지고 부딪히면서 빚어내는 음성 자체가 팽팽한 긴장감을 형성하고 있으며, 'ㄱ'종성과 'ㅇ' 종성, 그리고 'ㅊ' 초성이 실로 절묘하게 포치되어 있는 3구와 4구는 특히 그렇다. 더구나 이 대목은 백(白)•벽(碧), 청(靑)•홍(紅)의 보색대비가 주는 강렬한 색채 이미지에다 제 6 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측성(仄聲)으로 구성되어 있는 3구와, 역시 제 6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평성으로 구성되어 있는 4구간의 요체적(拗體的) 수법에 따른 극단적인 평측(平仄) 구성(構成)까지 겹쳐져 힘찬 대비를 이루고 있다. ...

(李鍾文,「金之岱의 生涯와 詩世界」(啓明漢文學會,『漢文學硏究』, 제17집, 2003), pp.3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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